이 심장으로 아기 낳고 걸어서 병원 오다니…

[서동만의 리얼하트 #3]

출산 후 회복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의 근본적 문제는 심장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대 초반의 그녀는 무겁고 어두워 보였다. 아기를 낳고 몇 달이 지났지만 계속 여기저기 아파 몇 군데 병원을 거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상태였다. 크지 않은 키에 체질량지수(BMI) 36㎏/m2으로 상당한 비만이었고 이뇨제, 강심제, 신경안정제 등을 복용하고 있었다. 말수가 적고 극단적인 생각이 종종 떠오른다고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심장이었다.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었고, 심전도 상 QRS파가 많이 늘어나 있었으며, 심장초음파 검사에선 좌심실 첨부의 수축 이상, 좌심실 수축 기능(ejection fraction) 저하(41%), 우심실 수축 기능 저하(26%), 심한 폐동맥 판막 폐쇄부전(4+) 등이 보였다.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선 우심실 용적이 많이 늘어나 있었고(이완기/수축기, 244/164 mL), 좌심실 수축 기능 34%, 우심실 수축 기능 32%로 모두 떨어져 있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에선 심장근육 전반에 걸친 심한 수축력 저하가 있었다.

들어보니 5살에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진단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에게서 무슨 수술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답을 못했다. 사춘기 이후 병원에 다닌 기억이 없고, 부모와도 연락을 안하고 지낸다고 했다. 다행히 같은 또래의 아기 아빠가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서 기록을 구해왔다. 기록을 보니 예상했던 대로 팔로4징으로 완전교정술을 받은 상태였고 수술 후 3년이 지난 다음부터 외래에 다닌 기록이 없었다.

아니 어떻게 지금까지 무사히 자라서 임신과 출산을 견뎌내고 걸어서 병원에 올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심장이식을 받아야 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한다 해도 차례가 오기를 기약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식 후 자기 관리 능력도 신뢰할 수 없었다.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우심실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작된 좌심실 부전일 가능성이 크므로 우선 인공 폐동맥판막을 넣어주고 늘어난 우심실을 줄여 양쪽 심실이 순차적으로 기능을 회복하기를 기대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사진1] 얇아져 늘어난 우심실(화살표)
즉각 계획했던 수술을 시행했다. 젊은 나이였지만 인공 조직판막으로 폐동맥판막을 심어주고 수축력이 없는 늘어난 우심실 부위(사진1)를 제거해 우심실 용적을 줄이는 수술을 실시했다. 좌심실 기능을 지키기 위해 심정지액을 사용하지 않고 심장 박동이 유지된 상태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순조로운 경과를 보였고, 이후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시행한 심장초음파 검사 상 좌심실 기능 65%, 우심실 기능 55%로 모두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다.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좀더 어린 시절부터 주위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했던 소녀였던 것이다.

이 환자는 출산이 문제였을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출산 이후 지속되는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고 응급실로 왔지만, 심한 폐동맥 판막 폐쇄부전이나 수축력이 없는 우심실의 일부 그리고 과하게 늘어난 우심실 용적 등으로 미루어 보면 임신 이전부터 심장의 기능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산모와 출산을 도운 병원 모두 엄청난 위험을 무릅썼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신과 더불어 임산부는 심장에 용적 부담이 가해지며 심하면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출산 시 추가적인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쇼크 후 심근병증(stress cardiomyopathy) 이라는 심장 기능 저하에 빠질 수 있다.

이 환자는 두 가지 가능성이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근병증에서 회복을 못하면 심장 이식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필자가 학계에 보고했던 국내 초기 심장 이식 수술 자료에서도, 비교적 젊은 환자들 중에 팔로4징 수술 후 심근병증으로 이식을 받은 경우들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팔로4징으로 완전교정술을 받은 여성 환자들은 가임기 이전에 심장 기능의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인공 폐동맥 판막이 필요하다면 적기에 적당한 판막을 넣어주어야 한다.

인공 판막이란?

[사진2] 인공 판막의 종류.
판막은 크게 4가지 종류로 기술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판막-자가 판막(auto-graft), 다른 사람의 판막-동종 판막(allo-graft, homo-graft),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의 판막(xeno-graft), 그리고 사람이 만든 인공 판막(artificial valve)이다. 또한 인공 판막에는 크게 조직 판막(tissue or bioprosthetic valve)과 기계 판막(mechanical valve)의 두 가지가 있다(사진2). 다음 연재에서는 이러한 인공 판막의 선택과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겠다.

    서동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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