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쓸 약도 없는데”…비호지킨 림프종에 새 선택지 등장

엡킨리,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3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

난치성 혈액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관리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국내 허가 작업을 끝마쳤다. 잦은 재발과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 환자들이 주요 처방 대상으로 잡혔다.

이번 허가를 받은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이중항체 신약으로, 간단 투약이 가능한 최초의 피하 주사 옵션이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은 이 약물이 가진 효능과 안전성을 근거로, 환자의 생존기간을 상당히 늘릴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새다.

10일 김진석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위원장)는 한국애브비의 엡킨리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임상 추적관찰 20개월 차에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 19.4개월이라는 고무적인 치료 결과를 보이며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통상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 림프구에 영향을 미치며 빠르게 증식하는 유형의 비호지킨 림프종(NHL)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유형의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전체 비호지킨 림프종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림프종은 림프절뿐만 아니라 외부 조직에서도 관찰되며 여성보다 남성에 더 많이 발생한다. 2021년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규 진단 환자 수는 6082명까지 집계됐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엡킨리는 지난달 20일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18세 이상)의 3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획득했다. 이 약물은 국내 허가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이중 특이항체(IgG1) 치료제 중 최초의 피하 주사제로 평가된다. 바이오기업 젠맙(Genmab)의 독점 기술 ‘듀오바디(DuoBody)’ 기술을 활용해, 암의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는 B세포의 CD20과 T세포의 CD3에 동시에 작용한다.

김 교수는 “이중 특이항체는 항암 분야에 비교적 새롭게 등장한 치료법”이라며 “CD20은 B세포 표면에, CD3은 T세포 표면에 위치하는데 엡킨리는 이와 동시에 결합해 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중 작용으로 인해 치료 효과는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엡킨리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글로벌 임상 ‘EPCORE NHL-1 연구’에 따르면, 전체 반응률(ORR)은 62%, 완전 관해(CR)는 39%로 보고됐다. 김 교수는 “치료 이력이 많은 3차 이상 치료 환자에서 충분한 내약성을 확인했고, 대부분의 이상반응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양덕환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림프종은 약 100가지 아형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전체 림프종 중 30%가 넘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흔하고 공격적인 아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1차 치료 표준요법(R-CHOP 요법) 이후에도 30~40%의 환자들은 재발하거나 치료에 불응해 다음 치료 차수로 넘어가야 하는 실정”이라며 “2차 치료에서도 자가조혈모세포이식(ASCT)을 받고 난 후 재발한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고, 3차 치료로 카티(CAR-T) 세포 치료를 받고 재발한 환자도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즉 3차 이상 치료를 시행하면 전반적으로 반응률이 낮고 생존율이 나빠지는 등 예후가 좋지 않다”며 “현재 3차 이상 치료 차수에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한정적이고, 일관된 표준요법이 없어 새로운 옵션이 절실한 상황었다”고 덧붙였다.

    원종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