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내 건보료 너무 많이 샜다”…건강보험 좀먹는 병원-약국의 정체는?

[김용의 헬스앤]

힘들게 내는 건보료가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의 ‘호화 생활비’로 줄줄 샌다면? 바로 사무장병원-약국 얘기다. 적발을 해도 고가 아파트를 자녀 명의로 돌려 부당이득금 징수가 어렵다. 이들은 고가 외제차에 매주 골프를 치며 호화 생활을 즐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자는 한 푼이라도 아껴서 써야 한다.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지출을 최소화한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매월 나가는 30~40만원은 엄청난 부담이다. 무슨 돈일까? 바로 매월 내는 건보료(건강보험료)다. 서울에 작은 집 한 채라도 있으면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직장인은 회사가 50%를 부담하지만 퇴직하면 지역가입자로 바뀌어 오롯이 100% 혼자서 내야 한다. 건강해서 병원-한의원에 거의 안 가는 사람은 억울할 것이다. 90세가 넘어도 고액의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내는 건보료가 불법을 일삼는 사람들의 ‘호화 생활비’로 줄줄 샌다면? 바로 사무장병원-약국 얘기다. 매년 수없이 반복되는 이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적발을 해도 고가 아파트를 자녀 명의로 돌려 부당이득금 징수가 어렵다. 이들은 고가 외제차에 매주 골프를 치며 호화 생활을 즐긴다. 서민들의 땀과 눈물이 배인 건보료가 호화생활의 원천인 셈이다. 생활비가 모자라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퇴직자만 100만명이다.

힘들게 낸 건보료 34000억원 샜지만환수액은 고작 7%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 사무장병원-약국의 부당이득금 체납자 8명의 인적사항을 지난 5일부터 공단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무장병원 관련 부당이득금 중 1년이 경과한 징수금을 1억원 이상 체납한 요양기관(의료인) 및 개설자(사무장)들이다. 공개항목은 개인의 경우 체납자의 성명, 요양기관명, 나이, 주소, 총체납액, 납부기한, 체납요지, 위반행위 등이다. 공단은 지난해 9월 부당이득징수금 체납 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공개 사전안내 대상자 49명을 선정하여 안내문을 발송했다.

사무장병원이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비영리법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명의를 빌려 세운 병의원이다. 면허대여 약국도 약사법상 약국을 열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 면허만 빌려서 만든 약국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이 지난 15년간 3조 4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을 부당하게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액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공단은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한적 수사권 등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자녀명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체납액 납부 거부

공단에 따르면 한 체납자는 약사의 명의를 빌린 약국의 실제 개설운영자로, 자녀명의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현장 강제징수를 통해 분할납부를 약속했지만 2회 입금 후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면허 대여 약국을 개설‧운영하여 고등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환수가 결정됐다. 체납액은 4억 1400만원이다. 이 사람은 자녀 명의의 통장으로 금전거래를 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무소득에 재산이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하나의 사례인 체납자는 의사의 명의를 빌려 동네의원을 실제 개설-운영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환수가 결정됐다. 체납액은 1억 3100만원이다. 본인 명의의 재산은 없고 자동차는 압류중이다. 공단은 “종합소득 신고내역이 확인되지만 강하게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며 “본인 소유의 재산을 은닉하여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상 불법 개설 기관이 가져간 요양급여 비용은 건보공단이 전액 징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수사권이 없어 불법 개설 기관으로 의심되는 곳이 있어도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하거나 계좌를 추적할 수 없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건보공단은 특별사법경찰권 등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한 자체 수사권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왜 퇴직자 재산에만 건보료 매기나”… 줄줄이 새는 건보 재정의 구멍부터 막아라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 이슈를 통해 다시 불거진 낮은 ‘수가’(의사가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돈)를 올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탄탄해야 한다. 필수의료의 수가를 크게 올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의 건보 재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별도의 특별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불법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으로 건보료가 줄줄 새고 있다.

은퇴자들은 “직장인과 달리 왜 퇴직자 재산에만 건보료를 매기냐”며 항변한다. 그들은 “평생 땀 흘려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다. 수입이 없는 은퇴자가 한 달에 건보료 40만원을 내는 게 합리적이냐”며 목소리를 높인다. 불법 사무장병원과 약국이 3조4000억원이나 되는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었다. 환수액은 7%에 불과하다. 생활비 마련도 버거운 퇴직자들의 재산만 샅샅이 뒤지지 말고 줄줄이 새는 건보 재정의 구멍부터 막아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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