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인들은 낙천적인 성격”… 나는 왜 매사 부정적일까?

[김용의 헬스앤]

낙천적 성격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할 때 생활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어릴 때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하면 나이 들어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무엇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 받았나요?”

이 질문에 50대 여성의 경우 ‘돈-경제적 문제’ 34%, ‘가족 문제’ 23%, ‘일’ 20%, ‘건강’ 9%의 순으로 답했다. 60~79세 여성은 ‘돈’ 34%, ‘가족 문제’ 25%, ‘건강’ 19%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가니 역시 건강 문제가 부각되었다. 한국 갤럽이 2024년 1월 24~30일 전국 19~79세 102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전체 연령대로 종합하면 한국인은 스트레스 원인으로 ‘돈’ 29%, ‘일’ 26%, ‘가족 문제’ 17%, ‘일거리 부족/실직’과 ‘건강 문제’ 각각 8% 순으로 선택했다. 20대 그리고 사무관리직 종사자 중 약 40%가 ‘일’을, 자영업과 기능노무직의 약 40%는 ‘돈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우리나라 역시 돈 문제와 일 등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낙천적 성격스트레스 덜 받아 질병 위험 줄인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의 필수 요건 중 하나로 낙천적 성격이 꼽힌다. 실제로 95~100세 장수 노인들은 낙천적 성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의 문제를 낙관적으로 처리해 질병의 위험 원인인 스트레스를 덜 받는 특징이 있다. 스트레스는 위염부터 시작해 생명을 위협하는 심뇌혈관질환, 암 등 거의 모든 병들의 위험 요인이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혈압이 치솟고 심장 건강이 나빠진다. 음식을 가려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도 스트레스에 취약하면 건강수명 유지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낙천적 성격은 타고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할 때 생활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어릴 때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지 못하면 나이 들어도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똑 같은 문제에 부닥쳐도 큰 고민 없이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밤잠을 설치며 속으로 끙끙 앓다가 우울증까지 겪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유전자에 생활 환경이 더해져 낙천적 성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좋은 스트레스 vs 나쁜 스트레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적절한 스트레스는 일-공부를 할 때 집중력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는 스트레스는 정신적-신체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일종의 ‘소진(exhaustion)’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경우 몸을 방어하는 면역 기능이 약해져 우울감-우울증, 심뇌혈관질환, 암 등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같은 병이라도 낙천적인 사람은 예방-조절이 가능하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낙천적인 태도를 가지면 건강하게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훈련에 의해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닥칠 때 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게 잘 풀린 미래를 상상하고 집중적인 인지행동 치료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목표의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아등바등하면 스트레스만 높아져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문제

이번 갤럽 조사에서 현재 한국인 절대다수가 자신이 건강하다고 자평하지만, 그 확신의 정도는 예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건강하다’는 응답만 보면 1994년(36%)과 2002년(43%) 40% 안팎이었으나, 2024년 11%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60·70대에서 18%로 가장 적다. 주관적 생활 수준이 낮을수록 건강 상태 주관적 평가가 부정적이고, 일상 스트레스 빈도가 잦다. 즉, 형편이 어려우면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것이 힘겹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인 중에서는 35%가 자신의 현재 체중 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비율은 50~70대(30% 이하)보다 20~40대(40%대)에서 더 높았다. 이 경우 비만이 아닌데도 자신이 과도하게 살쪄 있다는 주관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체중 감량을 할 필요가 없는 데도 식사를 안 하는 방식으로 지나친 다이어트를 하면서 건강까지 해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쓸데없이 스트레스가 작용해 정신적 소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성장기 청소년의 다이어트가 더욱 위험한 이유다.

나는 무리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활발하게 일상 생활을 하는 100세인들은 ‘무리 없는 삶’을 강조한다. 일상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지만 과도한 운동은 안 한다. 오히려 젊었을 때 몸이 약해 조심스럽게 살아온 게 장수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젊었을 때 지나치게 운동에 매달린 친구들은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강조한다. ‘과유불급’은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옛말이지만 지금도 통한다.

지나친 욕심이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건강을 해친다. 지난 겨울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등산 길에서 쓰러졌다. 그 중에는 ‘폭설 등산 금지’를 어기도 폭설이 내리는 산을 오르다 사망한 사람도 있다. 마라톤 대회에서 초보는 사고 위험이 적다. 몇 번 완주하고 더 욕심을 내려는 사람이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다. 무리하지 않고 조심스레 사는 것도 건강수명의 바탕인 것 같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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